12·3 비상계엄 명령 하달한 군 지휘관 7명, 첫 재판서 혐의 부인
"계엄 사실 사전에 알지 못해…명령 따랐을 뿐, 국헌 문란 목적 없어"
- 김예원 기자
(서울=뉴스1) 김예원 기자 = 12·3 비상계엄 당시 정치인 체포 및 헌법 기관 장악 명령을 하달한 군 지휘관 7명에 대한 첫 재판이 5일 열렸다. 이들은 군인으로서 상관의 명령에 따랐을 뿐, 내란의 고의 및 국헌 문란의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.
중앙지역군사법원은 이날 오후 내란주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군 지휘관 7명에 대한 재판을 진행했다.
이날 현장엔 박헌수 국방부 조사본부장(소장)과 김대우 전 국군방첩사령부 방첩수사단장(준장) 외에도 육군 특전사령부 소속 이상현 전 1공수특전여단장(준장)과 김현태 전 707특수임무단장(대령), 국군 정보사령부 소속 고동희 전 계획처장(대령)과 김봉규 전 중앙신문단장(대령), 정성욱 전 100여단 2사업단장(대령)이 모두 출석했다.
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들은 위헌적인 계엄포고령에 근거, 헌법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고 여론 조사 기관을 출입 통제하는 등 한 지역의 평온을 해하는 폭동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. 또 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군 지휘부의 명령을 받고 수사관 및 일선 장병들로 하여금 국회 및 선관위 봉쇄 및 주요 인물 체포를 이행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.
군 지휘관 7명은 모두 공소사실에 적용된 혐의를 일체 부인했다.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군 지휘부들 간에 비상계엄을 사전 공모했을 순 있지만, 자신들은 중간에서 명령을 하달하는 입장이었을 뿐 이를 사전에 알거나 대비하지 못했다는 취지다.
고 대령 측 변호인은 "사령관으로부터 계엄이란 단어 자체를 전혀 들은 바가 없었고, 그저 지시를 이행했을 뿐"이라고 주장했다. 김봉규 대령 측 변호인도 "특별한 대북 상황에 따라 대통령이 (계엄을) 선포한 것으로 인식했으며, 결과적으로 어떤 임무도 수행하지 않았다"라고 설명했다.
김대우 대령 측 변호인은 "김용현 전 장관과 대화를 한 건 사령관들뿐이고, 방첩사 내 군인들은 전혀 대통령이나 장관의 의도를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"라며 "비상계엄 발령 후 계엄법에 따라 부대원 49명을 국회로 보내 대기시키다 다시 복귀시킨 게 전부"라고 말했다.
일부 지휘관들은 사실관계 파악 등을 이유로 하달된 명령 이행을 지연시켰으며, 민간인과 충돌하지 않도록 교육을 시키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. 다만 고 대령 등 군 지휘관들은 출동인원을 대기시킨 점 등 일부 사실관계는 인정했다.
박 소장 측 변호인은 "방첩사가 요청하는 수사관 수가 기존과 너무 차이가 나 내용을 더 확인해 보자고 하며 비상소집을 보류시켰으며, 이 때문에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왜 빨리 수사관 지원을 하지 않냐고 전화하기도 했다"라며 "합참 지휘통제실에서도 계엄 해제 이후 필요 없는 인원은 다 나가라고 해서 (조사본부로) 복귀했기 때문에 공모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"라고 항변했다.
이들은 현역 군인으로써 상관의 지시를 따랐을 뿐, 자신들은 피해자라는 주장을 이어갔다. 김 준장 측 변호인은 "군인은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다"라고 주장하며 비상계엄 당시의 명령 복종은 책임 조각 사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. 정 대령 측 변호인은 "윤 대통령과 그 밑의 장군들이 반란의 주요 종사자며, 나머지는 도구에 불과한 피해자"라고 주장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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